1. SMASH Burger
평일은 늘 기숙사에서 식사를 했지만 매주 일요일은 꼭 외부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 역시 학교에서 지원, 정확히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가능했는데 대략 대 여섯, 일곱 군데의 식당을 방문했고 항상 고기가 함께있는 식사를 했다. 기억에 남는 식당은 KSU 외부에 있는 쇼핑센터 근처에 스매시라는 이름의 햄버거집이 있었다.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특성화 사업이름 역시 SMaSH(Software Maven at School of Hanyang)이었는데, 재미있는 우연이다. 수제버거 집으로 아마도 프랜차이즈였던 것 같다. 매장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30여명의 한양대 학생들로만 가득찼고, 식사를 마친 뒤에는 스매시가 대서특필된 벽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의 맨 왼쪽에 보이는 초록색 옷의 남자는 6주 동안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가이드가 되어 준 친구인데, 게이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커밍아웃하는 모습에 거부감은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때의 난 참 말랐는데, 지금은 왜이리 피둥피둥 쪘는지 모르겠다.
2. Maxican Food
이어서 방문했던 멕시칸 요리 전문집인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을 볼 때 꽤나 인기있는 집인 것 같았다. 우리 테이블에 앉은 성진이랑 학천이랑 같이 음식을 시켰는데 기숙사 식당이 그리워지는 맛이었다. 맛이 없다기보단, 상당히 이국적인 맛이다. 멕시칸 음식이라고 해봐야, 접해본 것이라곤 학교 앞에서 파는 도스마스 브리또가 전부였는데 그 것은 가짜였나보다. 여기에서 처음 접한 멕시칸 음식은 다시는 접하기 싫은 이상한 맛의 요리였다. 특히나 베이크드 빈은 너무나 맛이 없었는데, 차라리 우리나라 청국장을 퍼먹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뒤에 보이는 외국인 남자는 KSU의 컴퓨터공학과 학생이자 한양대 학생들의 가이드였고, 여자는 전공은 뭐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녀 역시 우리의 가이드였다. 알고보니 둘이 연인이며, 페이스북을 보면 현재까지도 잘 만나고 있더라.
3. Starbucks
멕시칸 음식 인근에는 스타벅스가 있어서, 두 세번 방문했었다. 놀라운 점은 전 세계의 스타벅스는 메뉴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맛 역시 한국의 스타벅스와 흡사했다. 무더운 날씨의 연속이라서 프라프치노를 주문하고자 했는데 발음이 유난히 어려워서 주문하는데 애를 먹었다. 스타벅스 매장의 분위기는 한국의 매장과 유사했지만, 조금 더 자유분방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기념으로 텀블러나 컵을 사오고자 했지만, 가격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것에 비해 디자인이 너무 별로라서 구매하진 않았다. 더운 날을 시원하게 해주고, 멕시칸 음식의 향으로 가득찬 입을 헹궈준 고마운 카페였다.
4.Pizza Hut
KSU 근처에 유명한 맛집으로 치면 이 곳이 단연 최고일 것이다. 여기는 피자헛 1호점이다. 무려 세계로 퍼진 피자헛의 시발점이 이곳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도미노피자, 파파존스, 피자알볼로, 미스터피자들보다 피자헛(또는 피자스쿨)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독 기대하고 방문했다. 그런데 피자맛은 한국과 너무나 다르더라. 한국 피자는 한국인의 입맛을 적극 반영하여 만든 피자였는 듯 싶다. 미국 피자헛 1호에서 먹은 피자의 맛을 표현하자면, 너무 짜다. 콜라가 없으면 먹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짜서 별로였다. 나중에는 익숙해지긴 했지만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심하게 짜더라. 하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토핑이 정말 풍부해서 씹을 맛이 나더라. 이 때는 한양대학교 도교수님 내외와 아들 분까지 와서 함께한 식사자리였고, 매장에 비치된 다트 머신을 즐기면서 짜지만,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5. Long Horn Steak
직역하자면 긴뿔고기집인데, 여기는 학교 지원금으로 간 곳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사비을 들여서 다녀온 스테이크집이다. 정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맛집인데, 확실히 고기 양이 많고, 저렴하다. 바 처럼 가볍게 한 잔 마실 수도 있지만 술은 취향이 아니라서 고기만 듬뿍 먹고 돌아왔다. 한양대 학생들이 머무는 기간동안 꽤 많은 한양대 생들이 방문한 듯하다. 나도 세, 네 번 정도 방문했는데 방문 할 때마다 가장 큰 크기의 스테이크를 먹었다. 티본, 안심, 등심 스테이크를 모두 경험해봤다. 음식 나오는 것은 한국의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와 유사하게 식전빵, 메인, 디저트 순인데 메인 스테이크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전까지는 고기를 웰던은 아니더라도 핏물이 보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는데, 고기가 맛있으면 미디움-레어로 먹어도 정말 고소하고 맛있더라. 고기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충분한 양이 제공되고, 2만원이 안되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한 끼니 치고는 비싼편이지만 그래도 애먼 미국 땅까지 건너와서 이정도 호사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 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생각이 날 정도로 정말 맛있는 고기집이었다.
롱혼스테이크하우스에서 겪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당시, 같이 갔던 영재 형의 고구마에서 딱딱한 이물질이 나왔었다. 이미 스테이크는 다 먹은 상태에서 고구마를 먹다가 이물질이 나온 상황이라 좀 애매했다. 그래도 서버를 불러서 컴플레인하려는데 영어 실력이 후달리는 탓에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거의 표정으로만 불평했던 것 같다. 결국에는 매니저까지 와서 표정과 되도않는 영어실력으로 전달한 컴플레인을 적극 수렴하여, 영재형은 다 먹고나서 돈 한푼 지불하지 않고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같이 간 일행의 원성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은 사건이었다.